July 24, 2013

[BOOK] 타라 파커포프, 연애와 결혼의 과학 (Tara Parker-Pope, For Better: The Science of A Good Marriage)

한국의 이혼율이 세계 1위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높다는 것은 쉽게 믿기 어렵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이혼율이 결혼한 부부가 이혼할 확률이나 이혼의 시대별 트렌드를 살펴보기에 적합하지 않은 통계치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인구구조나 문화가 다른 나라별 비교는 엉터리다. 이혼율 통계의 맹점에 대해서는 이 기사에 잘 설명되어 있다. 2004년에는 무려 47.4%를 기록했다. 이혼율의 과대평가는 사람들의 올바른 기대수준 형성을 방해한다. 이혼을 흔한 사회현상으로 받아들이면 자칫 '이혼 도미노'를 몰고 올 수 있다. 이혼율 외에도 결혼에 관한 괴담은 여럿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외도다. 드라마에선 외도를 하지 않고서는 주인공이 되기 힘들어 보인다. 신문에서는 유명인사들의 외도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외도에 관한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외도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미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결혼한 부부 중 약 10% 정도가 외도사실을 인정했다. 물론 10%도 높은 수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다수가 외도를 저지르는 것은 분명 아니다. 외도가 주로 결혼생활의 실패로 인해 나타나는 것을 감안하면 분명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르다. 우리는 왜 대부분의 부부가 외도를 저지르고, 이혼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자신이 속한 집단이 실제 어떤지를 이해하는 것이 미래를 대비하는 현명한 자세일 것이다.

결혼에 대한 개념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과거 결혼은 경제적, 사회적 제도의 산물이다. 여성의 경제적 활동, 인스턴트 식품과 세탁기의 발명 등으로 세상은 빠르게 변해왔다. 더이상 여성들은 사냥해 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고, 남성들은 밥해 줄 사람을 찾지 않는다. 대신 공통 관심사와 가치관을 공유할 동반자를 원하게 되었다. 이전 세대들보다 결혼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기대 수준의 증가로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높아진 기대 수준을 채워주는 것은 힘든 일이므로 다툼은 잦아졌다. 싸움의 원인은 늘 돈과 시간이다. 돈과 시간의 공통점은 한정된 자원이라는 것이다. 상대에게 한정된 자원을 나에게 더 많이 배분해주길 바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결국 싸움의 이유보다는 싸움의 기술이 중요하다. 저자는 다양한 싸움의 기술을 언급하지만, 핵심은 상대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상대의 관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과학이 필요하다.

과학의 발전은 연애와 결혼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우리는 이제 사랑의 감정이 호르몬과 뇌신경의 변화로 인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열정적 사랑은 보상과 중독을 관장하는 뇌 부위를 활성화한다. 뇌 스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부위는 도파민 수용체가 집중되어 있고, 도파민은 마약중독, 갈망, 희열감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이다. 사랑의 빠진 연인들이 마약중독자와 같이 사랑을 갈구하는 이유다. 이외에도 구애 초기의 상대를 유혹하기 위해 동물과 같이 무언의 언어를 사용하기도 하고, 유전적으로 유리한 상대를 후각을 이용해 찾아내기도 한다. 우리는 과학을 통해 사랑에 관한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과학적으로 이해를 한다고 해서 꼭 사랑을 잘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본래 설명은 쉬워도 실행은 힘든 법이다. 그러고 보면 이 책으로 인해 가장 도움받았을 사람은 막 이혼을 경험한 저자 자신이었을지도 모르겠다.